쏟아지는 폭우를 피해 간신히 찾아 들어간 인적 드문 국도변의 허름한 모텔이었다. 유난히 낡고 꿉꿉한 곰팡내라 진동하는 4층 끝방. 카운터의 노인은 열쇠를 건네며 묘하게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지만, 당장 눕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은 피로감에 서둘러 방으로 올라왔다. 씻지도 못한 채 침대에 몸을 뉘었을 때, 귓가를 맴도는 신경 거슬리는 소리가 시작되었다. 톡... 톡톡... 등이 맞닿은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아주 작고 일정한 박자의 노크 소리였다. 처음엔 그저 옆방 투숙객이 무언가를 부딪히는 소리려니 했다. 하지만 소리는 멈추지 않고 마치 나를 부르듯 계속해서 이어졌다. 톡... 톡톡... 피곤함에 짜증이 치밀어 오른 나는 나도 모르게 뒤로 돌아누우며 주먹으로 벽을 세게 내리쳤다. 쾅! 순간, 쥐죽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 드디어 조용해졌다는 안도감에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는 찰나였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이번엔 벽이 부서져라 두드리는 소리가 미친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화가 나서 치는 소리가 아니었다. 기괴할 정도로 빠른 속도, 마치 내가 반응해 준 것에 환희하며 벽에 머리나 온몸을 짓이기듯 부딪히는 소리였다.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아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프런트에 당장 방을 바꿔달라 항의하기 위해 인터폰으로 다가가던 순간, 나는 문 뒤에 붙어있던 낡은 종이를 보고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객실 비상 대피도] 도면이 가리키는 내 방 408호의 위치는 복도의 가장 끝이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누군가 미친 듯이 두드려대던 내 침대 쪽 벽은... 옆 객실과 맞닿은 벽이 아니었다. 창문 하나 없이, 허공을 향해 있는 건물 바깥쪽 '외벽'이었다. 도저히 발판 하나 있을 리 없는 4층 높이의 밋밋한 콘크리트 외벽 밖에서, 무언가가 허공에 매달린 채 내 침대 높이에 맞춰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 끔찍한 사실을 깨달은 순간, 거짓말처럼 바깥의 굉음이 뚝 멎었다. 방 안에는 오직 내 턱이 덜덜 떨리며 부딪히는 소리만 남았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기괴한 정적 속에서, 끼이익... 이번엔 벽 밖이 아니었다. 내 등 뒤, 굳게 닫혀 있던 객실 화장실 문이 아주 천천히 열리는 소리가 났다. 질척... 쩍... 젖은 고기 덩어리가 바닥을 끄는 듯한 소리와 함께, 기괴하게 관절이 꺾인 회백색의 맨발이 화장실 문틈 사이로 미끄러지듯 기어 나왔다. 나는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극도의 공포에 질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칠흑 같은 화장실 안쪽에서, 물에 퉁퉁 불어터진 듯한 기괴한 목소리가 귓바퀴에 바짝 붙어 속삭였다. "왜 안 두드려? 이제 네 차례잖아."